짧지만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해 준 팔봉산 완등 이야기

생활경제/혼잣소리|2012. 6. 1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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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가족들과 강원도 홍천에 있는 팔봉산은 다녀왔습니다. 처남이 몇 번 이 산을 다녀왔는데, 산이 높지는 않지만 여덟 봉우리가 모두 암벽을 타고 오르는 느낌이라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며, 매형은 상관없겠지만 누나는 아마 무서워서 올라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누차 겁을 주기에 집사람이 오기가 발동하여 어떻게든 꼭 팔봉산을 정복?하리라 다짐을 하여 어제 날을 잡았습니다.

출발하기 전, 팔봉산을 먼저 다녀온 분들의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돌면 아이들도 같이 가도 괜찮을 것이라 하여 이제 중 1학년인 막둥이도 같이 데려갔습니다.

 

표를 사고 (입장비 있습니다. 어른 1,500원, 청소년 1,000, 어린이 500원, 단체 할인 따로) 기세 좋게 1봉을 향해 출발합니다. 날이 습도가 높아서 출발부터 후덥지근하고 바람도 없는 데다가 출발부터 오르는 경사가 심해서 진짜 만만치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1봉부터 밧줄을 잡고 암벽을 타야 하는데 그냥 밧줄을 가볍게 잡고 적당히 발을 디디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밧줄을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움쳐쥐고 허공에 발을 굴러 디딜 곳을 겨우 찾아서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1봉을 오르는 길이 지체되고 우회코스를 이용하여 2봉으로 바로 건너가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팔봉 완등을 목표로 하였기 때문에 끝까지 기다려서 1봉을 올랐습니다.

 

문제는 처남 예상대로 집사람이 밧줄을 의지하여 바위산을 오르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라 사진이고 뭐고 찍을 겨를이 없었고, 아직은 어려서 겁을 내는 것 같은 아들 녀석도 나 몰라라하고 오직 집사람 돌보기에 이 한 몸을 바치기로 하였습니다.

 

게다가 문제는 일요일이라 우리 가족을 포함하여 어찌나 많은 분들이 오셨든지 등산로 지체 현상이 매우 심각했으며 1봉에서 2봉으로 넘어가는데 30분 이상을 서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1봉에서 다시 왔던 길로 내려가는 분들도 있었고요.

등산로가 암벽을 타고 오르는 것이라 여자분들이 밧줄을 타고 오르 내리는 것이 정말 힘들어 보였습니다. 사진처럼 아예 줄을 길게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가 가까워서 거의 각봉우리 사이의 등산로에 긴 행렬이 만들어졌습니다. 2봉에서 바라 본 3봉 정상모습입니다. 정상에서도 줄을 길게 서서 봉우리에 오를 순서가 빨리 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3봉 정상에 우뚝 솟은 바위입니다. 누군가 망치로 한 대 내리치기만 해도 바위가 부서져 내릴 것만 같이 바위가 금간 곳이 많고 조금은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발아래에 홍천강이 흐르고 멋진 풍경이 눈 앞에 가득했습니다만... 우선은 살아서 내려가야 했기에 ㅎㅎ

 

 

 

어제 등산로 정체의 결정타는 4봉을 오르는 관문인 일명 해산굴에 있었습니다.

배낭을 메고는 결코 통과할 수 없으며 여자분들은 누군가 위에서 당겨주지 않으면 굴속에서 수십 번 발버둥을 치며 무릎에 멍이 수도없이 들어야 겨우 빠져나올까 말까할 정도로 좁은 그곳, 해산굴 말그대로 산고의 아품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습니다.

3봉에서 4봉의 해산굴을 빠져나가기까지 거의 한 시간 이상은 지체된 듯 합니다.

 

* 해산굴에서 빠져나올 때 저절로 터져 나오는 함성과 웃음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혹시 기다리기 지루해서 돌아서 4봉에 오르신 분들은 나중에라도 꼭 해산굴을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

 

 

 

해산굴보다는 덜 하지만 역시 마지막 7봉, 8봉가는 길도 긴 행렬이 이어지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8봉 사진은 아들녀석을 모델로해서 찍었는데 심의에 걸려서 블로그에는 올리지 못함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8봉에 오르기 전에 8봉에서의 하산은 매우 위험하니 7봉과 8봉 사이로 내려가라는 경고 메시지가 있었는데, 그냥 무시하고 집사람을 데리고 8봉에서 하산하다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덜덜 떨면서 겨우 산을 내려온 집사람 무릎에는 온통 멍자욱이...
그렇게 혼나고도 다음 산행은 월악산으로 고고씽을 외치는 귀염이 ^^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팔봉산 전체 봉우리를 잡은 것인데 산에서 내려와 한참 빠져 나와서 겨우 한 장으로 담았습니다.

 

 

1봉부터 8봉까지 오르고 내리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사진으로 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하지만 우리 각시를 살리는 일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세세한 촬영은 과감히 포기하였습니다. 

팔봉산 등산로 정보가 필요하여 이 글을 읽게되신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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