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수리점 얘기

생활경제/혼잣소리|2008. 9. 5. 15:25
반응형

얼마 전 손님께서 숨을 헐떡이면서 힘들게 컴퓨터를 직접 매장으로 가지고 오셨습니다.


사는 곳이 가까워서 직접 들고 왔다고 하시는데, 진짜 이유는 'MBC 불만 제로'를 보신 까닭입니다.

 

TV에서 그냥 싸잡아 컴퓨터수리점은 대부분 이러하니 조심하라는 식으로 방송을 한 것 같은데, 저는 이 방송을 제대로 보질 못해서 나중에 따로 알아보니 약, 한 달 정도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하루에 몇 군데씩 돌면서 컴퓨터 수리점마다 떠 보기 테스트를 진행한 것입니다.

 

게 중에는 제대로 수리를 한 곳들도 있었지만, 방송용으로 쓰기는 적합지 않았겠지요.


결국, 문제 있는 수리점들 위주로 방송을 내 보낸 탓에 현재 컴퓨터 수리점은 다 도둑놈들만 모여 있는 곳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 술 더 떠서 컴퓨터는 하드웨어 고장이 거의 없다는 말을 서슴지 않게 하는 파워 유저들도 있습니다.

 

이 부분만 얘기하자면,  3 ~4년 전만 해도 이 얘기가 맞았을 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요즘은 웬만한 학생들은 운영체제 정도는 직접 설치가 가능하기에, 프로그램 문제로 수리를 요청하는 것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결국 수리가 들어 오는 것은 본인들이 나름대로 포맷도 하고 부품도 교체 해 본 후에, 그래도 안 될 때 들어오는 것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은 고장 증상도 까다롭고 또한 부품 고장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불만 제로' 방송 내용에 관해서 할 말도 많고 따지고 싶은 것도 많지만, 그래 봐야 돌아 올 것은 뻔하기에 그냥 같이 도둑놈 소리 듣고 참기로 했습니다.

----------------------------------------------------------------------------------------------------
어쨌든 이 손님께서는 안에서 분명 선이 빠졌거나 흔들렸을 것이다라고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부터 강조를 하셨습니다.

컴퓨터를 켜니 윈도우 바탕화면까지 나오고 재부팅이 반복되는 증상이었습니다.


지난 밤까지 잘 썻다고 하니 제 생각에도 부품 접촉 불량일 것 같았습니다.


손님들이 보면 항상 어이 없어 하시는 지우개 신공을 펼쳤습니다.


메모리 접촉 불량이 맞았습니다. 지우개 신공 후 컴퓨터가 멀쩡하게 살아났습니다.

자신의 주장이 맞아서인지 의기양양 해 하시던 그분의 얼굴이 생각납니다.
에어로 내부 청소까지 하고 뚜겅을 닫아드렸는데,


 "수고비라도 드릴까요?" 물으실 지 알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그냥 가셨습니다.

아 참, 그냥 가신 것은 아니고 그제서야 말씀하시더군요.


'불만 제로'를 봤는데 컴퓨터 수리점에서 하도 사기를 친다기에 믿을 수가 없어서 직접 가지고 오셨다고요.


그래도 스티커 한 장 컴퓨터에 붙혀 가시면서 다음에는 전화 하면 출장 와서 고쳐 달라십니다.

 

이거 좋아해야 할 지, 어째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이 글은 '불만 제로' 방송에 대한 반론도 아니며, 전체 컴퓨터수리점의 항변도 아닌 저만의 자조적인 글이니 과도한 댓글은 사양하겠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