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안 보내고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생활경제/혼잣소리|2008. 4. 2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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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대뜸 어느 온라인 강좌 사이트의 회원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물어본 사이트는 큰애가 인터넷 강좌(영어를 좋아해서 영어 강좌만 받고 있다)를 듣는 곳이라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현재 사이트에 중학교 중간고사 특강이 준비되어 있으니 참고 하라는 것이었다. [온라인 강좌 사이트는 꽤 유명한 곳으로 초등부와 중등부 과정을 강의하며, 특목고 대비반과 과학 영재반을 따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아이는 영어만 공부하고 다른 과목은 강의를 듣지 않는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물론, 모든 것은 내가 아이와 상의해서 결정할 문제이니 그쪽에서 아무리 얘기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긴 하다.

관심 없다는 듯 전화는 끊었지만, 요즘 중간고사에 대한 얘기를 아이한테 들은 것도 있고 해서 강좌 사이트에 접속해 보았다.
7일간 중간고사 특강[국어, 수학, 사회, 과학]이 사이트 첫 화면에 걸려 있었다.
금액은 과목당 1만 원씩, 합이 4만 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었다. 거기에 중간고사 모의시험은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막상 강좌 구성이나 횟수, 모의고사 등을 대충 훑어보고 나니 은근히 욕심이 나긴 했다.
하지만, 모든 결정은 아이가 하는 것이니 아직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한테 중간고사 특강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요즘 성적 때문에 난리도 아닌데 은근히 강좌를 볼 것을 기대하는 투로 물었지만, 역시나 대답은 NO! 였다.
돌아올 답이 뻔한데 물어본 내가 바보다. 그래도 단칼에 잘리니 조금 아프다.
그러나 어쩌랴,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을.

우리 가족의 교육에 대한 기본 틀은 이미 애들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1. 가능한 학교 공부만 한다.
2. 학원은 자신이 원할 때만 보낸다.
3. 시험 점수를 가지고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이 세 가지의 기본 틀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기로 아내(가끔은 반항? 하기도 함)와 다짐을 하였기에 여태껏 잘 지켜져 왔다.
애들도 이미 당연한 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걱정이 느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 친구들은 자정이 다 돼야 학원(아이 말이, 선생님께서 학원 다니는 사람 손 들어 보라고 했는데, 자기 혼자만 안 들었다고 한다.)을 마치고 집에 돌아간다는데, 우리가 너무 태평인 것은 아닌지.

TV나 인터넷에서는 학교자율화와 성적순으로 우열 반을 만드는 얘기로 떠들썩하다.
인제 와서 학원에 다녀라, 시험 성적이 왜 이러냐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찌해야 할지.

아직은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이 없으니 저 위에서 세운 무지한 기본 틀을 고수하려 하겠지만, 막상 모든 것이 현실화된다면,
그때는 지킬 수 있을지 나 자신을 장담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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