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 하나 달랑 들고 카페 정모에 다녀왔습니다.

생활경제/혼잣소리|2008. 10. 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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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음에서 활동하고 있는 lcd, 메인보드 수리 관련 카페 정모에 다녀왔습니다.
다행이 가까운 인천에서 정모를 진행하여 편하게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 카페라는 매체를 통하여 서로 얼굴도 모르고, 오직 닉네임 하나 달랑 들고 만나는 자리지만, 역시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고 얘기하고 있자니, 정말 나쁜사람은 한 명도 없어 보였습니다.
하나같이 선하고 둥글둥글 배도 좀 넉넉히 나오고, 앞에 나와서 자기 소개할 때면, 수줍은 처녀처럼 몸을 비비꼬며 간신히 이름 석자, 사는 곳 정도 얘기하고 쪼르르 제 자리로 돌아가기 바빴습니다.
얼굴을 마주 보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요. 하나같이 정말 좋은 사람들 뿐이더군요.

오늘 즐거운 정모를 끝내고 돌아오니 인터넷에 악풀을 일삼고 다니는 그들도 실제 얼굴 마주하고 보면, 다들 착하고 맘 여린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느슨해진 이성이 댓글을 좀 더 거칠어지게 하고, 때로는 맘에도 없는 말까지 서슴지 않게 되는 것일겁니다.

사실 인터넷 게시판에서 댓글이 길어지고 격해지기 시작하면, 상당한 흥분과 알 수 없는 경쟁심,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 또한 실명만 인정하는 특정 사이트에서 격한 댓글 싸움?도 많이 해봤습니다.

그 때 경험에 의하면 실명이라해서 악풀이나 인신 공격이 덜 하는 것도 아니며, 댓글의 질이 좋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일단 흥분하기 시작하면 물불을 안 가리게 되고, 오직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댓글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실명을 이용하면, 상대방의 정보를 캐내 현실 세계에서 직접 부딪히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현피'라고 하는 그런 사고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고 사이버모독죄를 적용한다고 해도, 특별이 나아질 것은 없을 것입니다.
어쩌면 쌍시옷 들어가는 욕설 정도가 없어질까요? 
아마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악풀을 교묘하게 만들어 내겠지요.

결론은 인터넷에서 댓글을 쓸 때, 상대방을 볼 수는 없지만 직접 마주 보고 있다는 생각, 아무 의미 없이 올린 댓글에도 때에 따라서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의식의 변화만이 악풀 근절에 대한 진짜 수단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저의 짧은 소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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