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에 빠진 아빠, 남편님들 이제 그만 나오세요!

생활경제/혼잣소리|2008. 5. 2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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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아마도 그때쯤으로 기억합니다.
잠옷바람에 원망 가득 찬 눈빛으로 "우리 이제 그만 살자."
그 새벽에 아내는 도저히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면서 그만 헤어지자고 말하더군요.
다른 것에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하나에 빠져 살던 내 머리와 가슴이 충격을 받고 깨어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고 만 것입니다.
일을 하는 중간에도 게임 생각, 일과를 마치면 역시 만사 재쳐두고 오직 게임에만 모든 시간을 바쳤습니다.
그렇게 약, 2년 정도를 겨우 밥 벌이만 하고 나머지는 오직 게임에만 미쳐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착하고 여린 아내가 오죽했으면, 헤어지자고 했을까요.

번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맨날 게임만 하는 아빠라고 싫어하던 애들과 휴일이면, 아빠없이 애들만 데리고 나들이를 해야했던 아내의 근심어린 얼굴이 보였습니다.

정신을 차린 나는 곧바로 힘들게 모았던 아이템을 버리고 죽을 둥 살 둥 키워왔던 캐릭터도 삭제를 하였습니다.
2년을 힘들게 키웠던 케릭터를 지울 때는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더군요.
그래도 지우는 시간은 몇 초가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힘겨운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게임 중독을 빠져나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힘이 들더군요. 결국, 1주일 버티고 포기하였습니다.

게임을 안 하면 미칠 것 같아서 게임 회사에 연락하여 케릭터 복구 신청을 했습니다.
복구가 되더군요. 아이템이나 게임 머니는 없어졌지만, 지울 당시 레벨 그대로 케릭터는 살아났습니다.
게임 중독으로 어쩔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할 수 없다구요.

음, 다시 보니 쫌 짱인 듯. ㅎㅎ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참으로 요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니 정말 다행스런 일이 생긴 것입니다.
그렇게 힘들게 버티다 포기하고 다시 시작햇는데, 너무 재미가 없는 것입니다.
심지어, 내가 여지껏 이런 것에 목을 메고 있었다는 것이 너무도 화가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힘들게 참았던 1주일 정도의 시간이, 금연할 때 담배 니코틴이 빠져 나가듯 게임 중독 성분(게임을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 초조, 짜증 등)이 빠져나갔던 것 같습니다.

결국, 게임은 점점 하지 않게 되고 온가족이 함께 배우기 시작한 인라인스케이트에 푹 빠져서 게임 중독에서 완전히 빠져 나오게 되었습니다.

근래에 그 당시 즐겼던 게임 2편이 출시되었습니다.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게임을 설치해도 애들이나 아내가 이제 놀라지 않습니다.
아예 본 척도 안 하더군요. 나 역시나 재미가 없었습니다.
원래 온라인 게임이 밤새서 할 만큼 재밌는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재미 보다는 케릭을 키우기 위한 의무감 내지는 압박감, 아이템을 줍기 위한 욕심이 게임이 재밌어서 계속 하는 것 처럼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지금 게임에 빠져 있는 아빠, 남편님들.
이제 그만 바깥으로 나오세요. 예전의 자상하고 멋있는 아빠를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진짜 포기하기 전에 다시 멋진 남편으로 태어나길 바랍니다.

지금 게임에 빠진 남편을 데리고 사시는 아내님들.
강한 충격으로 남편을 게임에서 탈출시키세요.

저도 그날 새벽, 강한 한 방으로 지금 새롭게 깨어나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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