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아버님댁에 컴퓨터 놔드려야겠어요

생활경제/혼잣소리|2008. 7. 2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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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연세가 많은 (60~70세 이상) 분들의 컴퓨터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분들은 대부분 7~8년 이상된 구형 컴퓨터를 사용하고 계십니다.
(물론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업그레이드도 하고 신형컴퓨터를 구입하여 사진이나 간단한 동영상 편집까지 활용하고 계신분들도 있기는합니다.)

오늘 다녀온  나이 드신 고객분의 컴퓨터 사양도 비슷합니다.
펜티엄3 600Mhz CPU + 128MB 메모리+ 8.4GB 하드디스크 + 17" CRT 모니터
운영체제는 윈도우98을 사용중입니다.
삼성컴퓨터 2000년 1월 제품입니다.

사실 이 정도 사양의 컴퓨터는 중고컴퓨터 판매점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팔지 않고 있습니다.
무료로 컴퓨터를 보급 받는 곳에서도 이 정도의 사양은 받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분들의 말씀은 한결같습니다.
"컴퓨터 겨우 바둑이나 두고 장기나 두는데 좋은 것 필요 없다."
애들 같았으면 진즉 저만치 발로 뻥 차고도 남았을 컴퓨터를 그냥 사용하십니다.
랙이 걸려서 "딱!" 소리가 나고도 한참후에 바둑판에 바둑알이 떨어져도 그냥 사용하고 계십니다.

자식분들이나 노인분들이 컴퓨터 살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실제 70세 정도 노인분들 중에서 컴퓨터를 만지시는 분들은 그래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편입니다.
다만, 자식분들은 노인네가 컴퓨터를 쓰면 얼마나 쓰시겠느냐 하는 생각에 컴퓨터 성능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노인분들이야 당연히 얼마 쓰지도 않는 컴퓨터에 돈 쓰기 아깝고, 원래 가전제품이야 한 번 사면 10년에서 15년을 사용해야 정상이니 아직 멀쩡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가 보기엔 이 문제는 전적으로 자식들 책임입니다.
아이들이 컴퓨터 쓰다쓰다  느려서 못 쓰겠다고 하면, 그걸 가져다가 부모님께 드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지 마세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이들이나 나이드신 부모님이 사용하는 컴퓨터 환경이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노인분들도 온라인 게임하십니다.
3D 게임 하지 않는다고, 7~8년 된 컴퓨터가 2D 게임은 잘 될 거라는 생각은 틀렸습니다.

실제 오늘도 바둑 두실 때 끊기지 않냐고 여쭤봤습니다.
아주 뚝, 뚝, 끊긴답니다.

오늘은 집에가셔서 부모님께서 사용하는 컴퓨터를 직접 한 번 사용해보시기 바랍니다.
인터넷 페이지 열리는 것 구경하다 짜증이 날 정도면, 이참에 바꿔드리세요.

                                   "아들아! 바둑 두다 랙 걸려서 강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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